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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운석 기자(사진_굿모닝전북신문) |
[오반장 칼럼] 지난 달 경주에서 개막된 ‘APEC 행사’는 화려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등 각국 정상들이 레드카펫을 밟았고, 세계의 언론은 천년고도 경주를 선전하며 “성공적”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렇듯 휘황한 밝음 속에 진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이 있었다. 바로 경찰들의 허기짐과 불편한 잠자리였다. APEC 경주 라는 국제 행사에서 ‘성공’의 기준에 사람(인격)은 포함되어 있었는가를 묻게한 경찰의 수난이었다.
위대한 APEC 행사를 지켜 낸 경찰관들은 추운 극장 안에서, 또 버스 안에서 박스를 덮고 노숙했고, 찬밥 도시락, 삼각 김밥을 먹었다. 어찌된 일인가?
주요 언론 보도와 경찰청 직장협의회 자료에는 사비로 끼니를 해결하는 동원된 대한민국 경찰관들의 초라한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지휘부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무응답이다.
이렇듯 이런 상황을 보고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경찰 지휘부들이다. “문제점은 있었지만 행사는 성공했다 자위하며, 윗 선의 눈치는 피했다는 생각인가?"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했다. 남이 아니라 제 식구를 가볍게 여기고, 책임마저 피하려는 윗선이 더 밉다는 말이다.
경찰은 국가의 기둥이다. 사회안전망의 마지막 보루이다. 그런데 수뇌부는 경찰력을 ‘소모 가능한 자원, 또는 소모품’ 쯤으로 본다. 이번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반복되는 “공짜 동원” 하질 처우는 고질화 되어 있다.
2003년 부안 방폐장 반대 집회 당시, 한겨울 날씨에도 경찰 수천 명이 투입되었지만 숙소가 없어 체육관 바닥과 버스 안에서 잤고, 식사 예산이 없어 당시 강현욱 전북도지사의 판공비 2억 원으로 경찰 밥값을 충당했다.
국가가 세운 예산이 아니라, 지역 지자체장의 판공비로 경찰 밥을 사 준 것이다. 당시 사태를 회고하는 퇴역한 경찰관들은 그 수치스럽던 경험을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경찰력은 언제부터 '공짜로 끌어다 쓰는 국가 자원'이 되었는가?
경찰관의 인격을 ‘교통표지판 판격’과 동일시한 전례도 있다. 어떤 지방경찰청장은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길거리에 있는 교통표지판 하나가 순경 한 명과 같다.” 표지판과 경찰을 비교했다.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비유가 인격을 가진 사람을 두고 할 말은 아니다.
또 다른 어떤 청장은 구정 때 자신의 선산(先山) 무덤가의 눈을 지역 파출소 경찰에게 치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했던 과거의 현실이 오늘의 현실이기도 하다는 현직 경찰관이 푸념하듯 말한다.
과거 정치권 권력자들은 어떤 정책이 국민들의 반발을 사 집회라도 열리면 “그 지역 청장 누구야? 경찰을 쫙 깔고 해결하라” 했단다. ‘국가에 충성’이라는 말 뒤에 사람의 인격은 사라지고 '깔판'만 남았다.
이러한 경찰의 수치스러운 행태, APEC 기간 경찰 수뇌부의 무신경 등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찰의 개혁과 혁신”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으로 수뇌부의 파면부터 단계별 징계 처분을 통해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을 묻지 않는 조직은 다시 부패한다. 이 말은 동서고금을 통한 절대 명제이다.
APEC 기간 경주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조직이 언제부터 경찰관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는지에 관한 살아있는 증거다. 사람에게 존엄을 주지 않는 국가는 결코 누구에게도 존엄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21세기 “국민주권시대”에 걸맞게 혁명적 차원에서 경찰 수뇌부터 바꾸거나 스스로 바뀌게 해야한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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