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칼럼] 군의 명예, 정치의 격정… 박충권 발언이 던진 안보 현실
국회 대정부질문장에서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우리 군은 위협 인지 능력도, 대책도, 기강도, 훈련도 없고 딱 하나 있는 게 김정은 심기 보좌밖에 없다"고 직설적으로 쏘아붙이자 회의장은 고성과 충돌로 뒤덮였다. 탈북 엘리트 출신 의원의 날카로운 비판은 단순한 설전이 아니라, 현 정부의 안보 정책을 겨냥한 폭탄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 발언은 군의 헌신을 폄하했다는 역풍을 불렀고, 여야 간 안보 논쟁이 재점화됐다. 중도적 시각에서 보자면, 이 사태는 정치적 쇼맨십과 군의 본질적 역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즉각 "얻다 대고 감히 대한민국 국군에 대해 아무것도 없다고 하느냐"며 격분, "국군 모독 발언을 당장 취소하라"고 사과를 요구했다. 안규백 국방장관도 "저잣거리에서도 안 나올 망언"이라며 "군과 국민에 사죄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예비역 대장)은 "이건 군 모독, 제명 수준"이라며 여당 내외 반발을 증폭시켰다. 반면 박 의원은 발언 배경으로 전작권 전환 지연, 한미 훈련 축소, DMZ 관리 유엔사 실랑이 등을 지적하며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을 비판했다. 이는 탈북민 특유의 북한 실상 인식에서 비롯된 강경론으로, 북한 핵잠수함 공개 등 위협을 강조한 맥락이었다.
국민의힘 내부 대응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당 지도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일부 의원들은 "안보 강경론 제시는 필요"라며 지지 목소리를 냈지만, 군 모독 논란으로 당내 조용한 압박이 감지된다. 여당 내 탈북 출신 의원으로서 박 의원은 과학기술·안보 전문성을 앞세워 왔으나, 이번 발언으로 '과격 이미지'가 굳어질 위험이 있다.
정치적 파장은 여야 안보 대립을 심화시킨다. 정부는 이를 '야당 공세'로 규정하며 국군 강화 정책(북핵 전체 위협 대응)을 재강조했으나, 발언 자체가 군사적 긴장감을 높여 대북 관계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한미 훈련 재개나 DMZ 관리 논의가 지연될 여지도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한국 내 안보 불안정 이미지를 키울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남한 내부 분열'로 활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도적 관점에서 핵심은 군의 중요성이다. 국군은 단순한 '정치 도구'가 아니라, 66조 원의 국방비로 뒷받침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다. 박 의원의 비판처럼 정책 미흐름(훈련 축소 등)이 문제라면 입법으로 보완해야지, 군인을 '심기 보좌자'로 비하하는 건 생산적이지 않다. 오히려 군인의 희생정신—DMZ 최전선에서, 해외 파병에서 증명된—을 존중하며 실질적 강화(첨단 무기 도입, 훈련 확대)를 논의할 때다. 정치권은 격정적 발언 대신 국방 백서를 통해 투명하게 안보 현실을 공유해야 한다. 이 사태가 군의 명예를 지키는 동시에 안보 정책을 업그레이드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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