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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도띠뱃놀이 보존회, 2026년 위도띠뱃놀이 공개행사 개최 / 부안군 |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부안군 위도면 대리마을이 19일 새벽부터 북과 징 소리로 깨어났다. (사)국가무형문화재 위도띠뱃놀이 보존회(회장 김우현)가 주관한 2026년 위도띠뱃놀이 공개행사가 열리면서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띠배와 제웅(허수아비)이 바다로 나아가는 순간, ‘올해도 무사히, 많이 잡히길’이라는 한 줄의 바람이 파도 위에 실렸다.
■ ‘원당제’에서 ‘띠뱃놀이’로…풍어와 평안을 비는 마을의 계약
위도띠뱃놀이는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흗날, 위도면 대리에서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며 전승돼 온 공동 제의다. 소원을 빌기 위해 세운 공간인 ‘원당’에서 굿을 진행해 ‘원당제’로도 불리고, 바닷가 용왕굿에서 띠배를 띄워 보내는 절정 장면 때문에 ‘띠뱃놀이’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뒤(현 국가무형유산) 오늘까지 이어지며, ‘어업 공동체의 안전관리·연대 의식’을 상징하는 대표 풍어제로 평가받는다.
올해 공개행사는 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 일정 가운데 2월 19일(목)에 맞춰 진행돼, 한 해 전승 활동의 ‘첫 장’을 여는 성격도 지녔다. 공개행사는 관광 이벤트가 아니다. 전승 절차를 주민 스스로 다시 점검하고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전통을 현재형으로 갱신’하는 행정·문화적 장치다.
■ 아침 8시 마당굿, 10시 부두, 오후 1시 바다…의례의 시간표가 말해주는 것
이날 오전 8시 위도띠뱃놀이전수교육관 앞마당에서 풍물패의 마당굿으로 행사의 막이 올랐다. 이어 동편당산제, 원당오르기, 독축, 원당굿이 차례로 진행되며 마을의 질서와 안녕을 확인했다. 북소리와 장단은 단순한 흥이 아니라 ‘마을이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오전 10시부터는 마을 앞 부두에서 띠배와 제웅 만들기가 펼쳐졌다. 주민들은 만선과 행복을 기원하는 글귀를 적은 띠지, 오색기, 허수아비를 갖추고 어선 모양의 띠배를 준비했다. 손끝에서 띠풀이 엮이고 깃발이 매달리는 동안, 관람객은 ‘누가 전통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현장에서 확인한다. 전통은 공연팀이 아니라 주민들의 노동과 합의로 완성된다.
오후 1시부터는 마을 뒷편 산자락에서 주산돌기가 진행됐고, 곧바로 마을 앞 바다에서는 용왕굿과 띠배띄우기, 대동놀이가 이어졌다. 육지의 당산에서 바다의 용왕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위도띠뱃놀이가 ‘어업문화’이면서 동시에 ‘공동체 운영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 “세대 간 공감과 화합의 장 되길”…보존회가 던진 메시지
김우현 위도띠뱃놀이 보존회장은 “지역 어업문화와 공동체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고 세대 간 공감과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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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도띠뱃놀이 보존회, 2026년 위도띠뱃놀이 공개행사 개최 / 부안군 |
현장에서는 이 말이 ‘구호’가 아니라 ‘과업’으로 들린다. 섬 지역의 전승은 인력·시간·공간의 제약을 동시에 안고 간다. 그래서 공개행사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밀도다. 아이들이 풍물 장단을 따라 발을 옮기고, 어르신들이 의례의 순서를 정확히 짚어주는 순간, 전승의 핵심 자산인 ‘구술 지식’과 ‘몸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이전된다.
■ ‘보존’이 아니라 ‘현장’…다음 세대가 이어야 유산이 산다
국가무형유산은 문서로만 남지 않는다. 누군가가 북을 치고, 누군가가 띠배를 엮고, 누군가가 바다에 절을 올릴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위도띠뱃놀이는 국가무형유산(국가무형문화재) 제82-3호로 관리·전승되는 대표 풍어제 중 하나다. 전승교육관을 중심으로 공개행사를 꾸준히 열어 ‘관람’을 ‘참여’로 바꾸는 일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보존 전략이다.
대리마을 사람들은 오늘도 바다에 소원을 떠나보내는 대신, 내일을 준비하는 일을 선택했다. ‘많이 잡히길’이라는 소박한 기원은 결국 ‘함께 살자’는 공동체 선언이다. 위도 바다가 띠배를 받아 안는 순간, 전통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지역이 가진 가장 실질적인 힘으로 되돌아왔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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