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
전북도지사 선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책은 보이지 않고 ‘내란 방조’라는 정치적 공방만 난무하는 네거티브 선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 지역 언론, 그리고 도민들까지 한목소리로 “정책으로 경쟁하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행태는 정반대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경천동지할 사건으로 기록될 ‘12·3 내란의 밤’이 있었다. 그날 밤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대한 시민의 힘으로 지켜지는지를 목격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세계는 그 장면에 놀랐다. 한국 민주주의는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시민들의 집단적 행동과 민주주의 수호 의지는 국제사회에서 “K-민주주의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높이 평가됐다. 그것은 한국 민주시민의 저력이며,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이 만들어낸 역사적 장면이었다. 그런데 지금 전북도지사 선거판에서는 그 역사적 사건이 정치적 프레임 싸움의 도구로 소비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이 ‘내란 방조’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던지며 선거판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숭고한 행동이 선거 네거티브의 소재로 전락하는 모습은 많은 도민들에게 불편함을 넘어 모욕감까지 주고 있다.
전북의 현안은 새만금에 AI, 반도체 등 산업 전략, 금융중심지 지정, 청년 일자리 창출,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대응, 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몇 트럭에 실어도 모자랄 정도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과거 사건을 둘러싼 공방에 매달리고 있어 답답하다. 도민들은 후보들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신선 놀음만 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생각이 있고 이 상황을 냉정히 판단할 줄 안다.”고 말한다. 전북의 집단지성을 정치권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증거다.
문제는 그동안 이어온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전북 정치에서는 오랫동안 “민주당은 경선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사실상 굳어져 왔기 때문에 일부 정치권에서는 유권자의 최종 판단에 대한 긴장감이 약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경선만 통과하면 본선 승리는 거의 확정된다는 인식이 정치권 내부에 팽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인식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정치판의 잘못된 관행이다. 부작용으로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 도민의 판단을 가볍게 여기는 정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벌어지고 있는 네거티브 공방 역시 이런 잘못된 관행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더더욱 정치권은 신중하게 생각하라. 전북 도민들은 결코 정치적으로 미성숙한 유권자가 아니다. 오히려 위기의 순간마다 공동체의 지혜와 민주적 의식을 보여온 시민들이다.
12·3 내란의 밤을 막아낸 것도 바로 그런 시민의 힘이었다. 그 위대한 집단지성을 가진 도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결국 선거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정치권이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전북도지사 선거는 정치인들의 명예 싸움이 아니라는 것, 전북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란 점이다.
이제, 내란 공방을 멈추고 정책을 내놓고 비난이 아니라 비전으로 경쟁하라. 전북 정치가 도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은 바로 정책과 비전 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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