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은 공천제도를 전면 해체, 재설계하라
이번 6·3 전북 지방선거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했다. 전북에서 선거는 더 이상 유권자의 선택 과정이 아니라, 특정 정당의 공천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단일 지배 구조가 있다.
전북 정치 지형에서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을 의미한다. 이 구조 속에서 경쟁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도 광역·기초의원 다수 선거구에서 단독 후보 등록에 따른 무투표 당선이 속출했다. 유권자는 투표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없이 대표를 ‘지정’받았다. 이는 민주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대체한 공천 권력의 성공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공천이 공정한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 곳곳에서 “누가 더 유능한가”가 아니라 “누가 누구 사람인가”가 기준이 됐다. 특정 국회의원 라인, 특정 지역위원장과의 관계, 중앙당과의 친밀도가 사실상 당락을 갈랐다. 이는 선거가 아니라 정치적 서열에 따른 배분이다.
중앙당 지도부의 행태는 이 구조를 더욱 노골화했다. 선거 기간 동안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 핵심 인사들이 반복적으로 전북을 찾았고, 그 자체가 선거의 핵심 이벤트가 됐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한 것은 정책 경쟁이 아니라 노골적인 정치 메시지였다. “민주당이어야 새만금이 성공한다”, “정권과 발을 맞춰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발언은 사실상 유권자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후보는 철저히 주변화됐다. 후보의 정책, 행정 능력, 지역 비전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고, 대신 “중앙당이 밀어주는 사람인가”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중앙당 유력 인사의 공개 지지 이후 경쟁 후보들이 출마를 접거나 사실상 선거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이것이 과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인가.
결국 이번 선거는 ‘그림자 선거’였다는게 중론이다. 투표용지 위에는 후보 이름이 있었지만 유권자는 보이지 않았고, 민주당 공천권자만 보였다. 지방선거는 사라지고 중앙정치의 하청 구조 형태만 남았다.
책임은 명확하다. 특정 정당이 장기간 지역 권력을 독점하면서 경쟁을 제거했고, 공천권을 통해 정치적 충성도를 재생산하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그리고 중앙당은 이를 방치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금의 전북 선거는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유지된 구조의 산물일 뿐이다.
이제는 분명히 끊어내야 한다.
무투표 당선을 방치하는 한 민주주의는 복원될 수 없다. 단독 후보 등록 시 재공모나 주민 검증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공천 과정은 전면 공개되어야 한다. 밀실에서 결정되는 순간, 선거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공천권은 분산되어야 한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중심 구조를 해체하지 않는 한, 줄세우기 정치는 계속된다.
무엇보다 지방선거에서 중앙당의 조직적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중앙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하부기관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전북의 현실은 다르다.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정치적 자산처럼 취급되고, 지역 권력은 중앙 권력의 연장선에서 배분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한 번의 왜곡이 아니다. 구조가 고착됐다는 경고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도, 그다음 선거도 똑같이 흘러갈 것이다. 유권자는 계속 배제되고, 공천권자는 계속 결정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유력자의 이름이 아니라 작동 방식으로 증명된다. 지금 전북에는 그 작동이 멈춰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독점 구조와 공천 권력의 결합을 해체하지 않는 한, 어떤 개혁도 공허하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형식만 남은 선거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공천 권력을 해체하고 진짜 선택을 되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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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천 오운석 |
제천 오운석, 굿모닝전북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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