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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랑의 밥차] “얘야, 따뜻한 밥 먹고 가렴… 우리가 너를 기다린단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09/20 17:43 수정 2026.09.20 18:12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전주의 한 골목에 피어나는 따뜻한 밥상
-(사)한국아름다운공동체 ‘청소년 사랑의 밥차’… 한 끼를 넘어 돌봄과 교육, 공동체의 가치를 나누다

사랑의 밥차(사진_한국의아름다운공동체)

 

[굿모닝전북신문=오운석기자] “얘들아! 밥 먹고 가자… 먹고 싶은 만큼 듬뿍 담아라!”. 매주 금요일 오후 5시가 되면 전주의 한 골목길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얘들아! 밥 먹고 가자.”
접시를 든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한쪽에서는 보글보글 끓는 라면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다른 쪽에서는 노릇노릇 익어가는 삼겹살 냄새가 골목에 퍼진다. 버거를 굽는 손길, 짜장면 면발을 삶는 손길, 아이들에게 음식을 건네는 봉사자들의 손길도 쉴 틈이 없다.

“먹고 싶은 만큼 담아.”
아이들은 접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듬뿍 담으며 환하게 웃는다.

이곳은 (사)한국아름다운공동체(이사장 두재균·소피아여성의원 원장)가 운영하는 ‘청소년 사랑의 밥차’ 현장이다.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자리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와 함께 관심과 존중, 이웃의 정,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전하는 자리다.

“엄마 없는 빈집 대신 따뜻한 밥상으로”… 돌봄 사각지대 청소년 품다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 가정 등이 늘면서 방과 후 보호와 돌봄이 필요한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학교 수업이나 학원 일정이 끝난 뒤 집에 돌아와도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있다. 때로는 끼니를 거르거나 간편식과 인스턴트식품으로 식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청소년 사랑의 밥차는 이러한 돌봄의 공백을 지역사회가 함께 채워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특히 경제적·가정적 여건으로 따뜻한 저녁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고, 아이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밥차가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급식이 아니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봉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공동체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 끼의 밥이 아이의 배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우는 이유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은 여전히 존재
전북지역 학생 수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북지역 학업중단율은 최근 3년간 0.8%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26년 전북지역 고등학생 학업중단율은 2.0%, 951명으로 나타나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학업중단 학생의 숫자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다. 
그 숫자 뒤에 있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가정환경과 경제적 어려움, 교우관계, 학교생활 적응, 정서적 어려움 등을 함께 살펴보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청소년 사랑의 밥차가 의미를 갖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학교가 모든 돌봄을 담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지역사회가 학교와 가정의 빈틈을 함께 살피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사회형 교육복지의 한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밥 한 끼만이 아닙니다”
청소년 사랑의 밥차를 찾는 아이들에게 봉사자들이 건네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다.
“오늘 학교는 어땠니?”
“밥 더 먹어도 돼.”
“다음 주 금요일에도 꼭 와.”
이러한 짧은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기억하고 기다려주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교육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끼의 식사를 함께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과정 역시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나눔과 배려, 존중, 책임, 공동체 의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밥차의 역할은 교육적 의미도 크다.

지역사회가 함께 차린 밥상…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함께 키운다”
청소년 사랑의 밥차에는 지역사회의 따뜻한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 사업의 취지에 공감한 전주시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김용일 회장과 회원들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생수와 만두, 간식 등을 후원하며 밥차 운영에 힘을 보탰다.

후원과 봉사는 거창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생수 한 병, 간식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그리고 금요일 저녁 아이들을 위해 내어놓는 몇 시간의 봉사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역사회가 함께 밥상을 차리고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응원한다는 것 자체가 공동체 교육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사)한국아름다운공동체는 ‘청소년 사랑의 밥차’를 단순한 무료급식 사업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이웃의 따뜻한 관심을 경험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지역사회 돌봄과 나눔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두재균 이사장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청소년 사랑의 밥차는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성장에 함께 참여하는 작은 실천”이라며 “더 많은 아이들이 밥차를 찾아 따뜻한 밥을 먹고,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정을 나누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사랑의 밥차가 매주 금요일 차리는 것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저녁 한 끼를,
아이를 기다리는 어른들에게는 봉사의 기회를,
지역사회에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전하는 밥상이다.


그리고 그 밥상 위에서 아이들은 배운다.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전주의 한 골목에서 시작된 작은 밥상이
아이들의 오늘을 따뜻하게 하고,
지역사회의 내일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있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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