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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社說] 「이익(利益)은 미국, 책임(責任)은 한국? 이제 법으로 발을 묶어야 한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02/09 11:15 수정 2026.02.09 11:36
- 이익은 한국에서 빨아들이고, 책임은 국경 밖으로 도피
- 문제의 본질은 쿠팡 한 기업의 오만만이 아니다.

생활물류산업발전법(사진_자료)

[社說] 「이익(利益)은 미국, 책임(責任)은 한국? 이제 법으로 발을 묶어야 한다」

 

3370만 건.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의 개인정보가 털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종이 한 장짜리 사과문이었다. 책임자의 얼굴도, 재발 방지의 구체적 약속도 없었다. 분노보다 먼저 든 감정은 허탈함이었다. 이 나라에서 국민의 정보와 권리는 이토록 가벼운가.

쿠팡은 오랫동안 ‘한강의 기적’,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성장했다. 그러나 정작 사고가 터지자 창업주는 미국 국적을 내세우고, 상장은 뉴욕증시에 해두었으며, 로비의 무대 역시 워싱턴이다. 이익은 한국에서 빨아들이고, 책임은 국경 밖으로 도피하는 구조.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인가.

문제의 본질은 쿠팡 한 기업의 오만이 아니다. 한국의 법과 제도가 '초거대 플랫폼'이 ‘이익은 국내, 책임은 해외’로 분산시키는 구조를 허용해 왔다는 점에 있다. 지금처럼 운송·물류·유통·결제·데이터를 한 손에 쥔 기업이, 국적과 상장을 핑계로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다면, 다음 사고 역시 반복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분노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입법이다. 첫째,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이 시급하다. 한국에서 물류·배송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플랫폼이라면, 국적과 본사 위치와 무관하게 형사·민사 책임을 지는 ‘국내 상주 실질책임자’를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법에 못 박아야 한다.


사고가 나면 해외 본사 뒤에 숨는 구조부터 끊어야 한다. “한국에서 돈 벌면, 한국 법정에 설 책임자부터 세워라”는 원칙이 법 조문이 되어야 한다.

둘째, 개인정보보호법을 징벌배상 중심으로 전면 강화해야 한다. 3370만 건 유출이 과태료 몇 푼으로 끝나는 나라는 주권국가라 할 수 없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시 매출액 연동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고, 해외 본사를 둔 경우 지배주주와 국내 대표에게까지 연대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국민의 정보가 글로벌 플랫폼의 비용 처리 항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한국 기업 코스프레’를 막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 평소에는 토종 기업인 척 마케팅하다가, 책임을 물으면 “우리는 글로벌 기업”이라 발을 빼는 행태는 소비자 기만이다. 본사 소재지, 상장 국가, 지배주주 국적을 광고·약관·홍보물에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하고, 허위·오인 홍보에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국적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어야 한다.

넷째, 공정거래법을 통해 ‘물류·유통·결제·데이터 결합독점’을 제어해야 한다. 배송망과 플랫폼, 결제와 광고, 소비자 데이터를 동시에 장악한 기업은 전통 재벌보다 위험한 시장지배력을 갖는다. 결합 독점이 확인될 경우 사업 분리 또는 겸영 제한을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

다섯째, 공공영역에서의 특혜를 끊어야 한다. 해외 상장·해외 지배 플랫폼이 공공 물류, 공공 데이터, 정부 사업에 참여하려면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국내 고용 유지, 국내 책임자 상주를 의무조건으로 걸어야 한다. 국가 인프라는 글로벌 자본의 실험장이 아니다.

이 입법들은 특정 기업을 찍어 누르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정보, 노동자의 안전,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국가의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이를 반기업이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이미 플랫폼 자본의 하청국가가 된 것이다.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털린 나라에서, 종이 한 장짜리 사과문으로 끝나는 나라에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이익은 한국, 책임은 해외로 도망치는 구조를 법으로 끊어라. 지금 끊지 않으면, 다음 사고는 ‘쿠팡’이 아니라 ‘다음 쿠팡’에서 터진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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