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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안 상서면 청림리 노적마을, 정월대보름 불 밝히며 공동체 화합 다졌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입력 2026/03/04 13:23
오곡밥·부럼깨기·달집태우기까지…세대 어우러진 전통 세시풍속 행사 성황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부안군 상서면 청림리 노적마을이 정월대보름을 맞아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을 되살리는 전통 행사를 열고, 마을의 안녕과 풍년, 주민 화합을 기원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주민 주도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어르신들의 삶의 기억과 청년·부녀회원들의 손길, 아이들의 웃음이 한데 어우러지며 공동체의 온기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부안 상서면 청림리 노적마을, 정월대보름 행사 진행 / 부안군

부안군 상서면 청림리 노적마을은 지난 3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을 계승하는 전통 행사를 성황리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마을회관과 야외 행사장 일대에는 이른 시간부터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오곡밥을 나누고 부럼을 깨며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했다. 해가 저문 뒤에는 달집태우기 의식을 진행하며 마을 공동체의 안녕과 화합을 함께 다졌다.

행사의 시작은 오곡밥 나눔이었다. 찹쌀과 팥, 수수, 차조,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으로 지은 오곡밥은 예부터 풍년과 무병장수를 상징해 왔다. 주민들은 정성껏 마련한 나물과 음식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덕담을 건넸다. 소박한 밥상은 단순한 음식 나눔을 넘어,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온 공동체의 정을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부안 상서면 청림리 노적마을, 정월대보름 행사 진행 / 부안군

이어진 부럼깨기 행사에서는 호두와 땅콩, 밤 등을 깨물며 한 해 동안 무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눴다. 아이들은 제각기 손에 쥔 부럼을 자랑하며 웃음꽃을 피웠고, 어르신들은 “부럼을 깨야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며 전통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들려줬다. 세시풍속이 말이 아닌 체험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행사의 백미는 단연 달집태우기였다. 보름달이 떠오르자 주민들은 마을에 세워둔 달집 주위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대나무로 높이 쌓아 올린 달집 둘레에는 주민들이 직접 적은 소망의 글귀가 빼곡히 붙었다. 가정의 평안, 자녀의 건강, 농사 풍년, 마을의 발전 등 저마다의 바람이 종이마다 담겼고, 그 소망은 달빛 아래에서 더욱 또렷한 의미를 띠었다.

풍물놀이패의 흥겨운 가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을 대표 여러 명이 달집에 불을 놓자, 불길은 순식간에 어둠을 가르며 치솟았다. 붉은 불빛이 밤하늘을 밝히는 사이 주민들은 두 손을 모아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활활 타오르는 달집은 묵은 액운을 태워 보내고 새해 복을 맞이하는 상징으로, 현장은 잠시 숙연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불꽃이 잦아들 때까지 이어진 풍물놀이는 행사의 흥을 더했다.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려 웃고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췄고, 노적마을의 밤은 어느 때보다도 정겹고 따뜻하게 무르익었다. 전통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살아 있는 문화임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주민들이 직접 준비하고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어르신들은 경험으로 중심을 잡았고, 청년들과 부녀회원들은 행사 준비와 진행에 힘을 보탰다. 어린이들에게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배움의 시간이 됐고, 어르신들에게는 지나온 세월의 기억을 다시 꺼내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노적마을 관계자는 “정월대보름 행사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다지는 소중한 공동체 행사”라며 “앞으로도 전통을 계승하고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마을행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정월대보름 행사는 농촌마을 공동체가 지닌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다시 보여줬다. 함께 밥을 나누고, 함께 웃고, 함께 소원을 비는 평범한 장면 속에 마을을 지탱하는 진짜 힘이 있었다. 부안 상서면 청림리 노적마을의 보름밤은 전통의 불씨를 살려낸 현장이자, 공동체의 내일을 밝힌 따뜻한 기록으로 남았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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