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사퇴 정치'란 "블랙코미디", 더 이상 '코미디'가 아니다
정치에서 “사퇴”라는 말은 결코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은 개인의 정치 생명뿐 아니라 정당의 명예와 신뢰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의 사퇴 선언과 이틀 만의 복귀라는 장면은 한국 정치에서 사퇴라는 단어가 얼마나 가볍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고 말았다.
공당의 핵심 인사가 사퇴를 선언했다면 그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복귀했다면 왜 복귀했는지 역시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국민들이 목격한 것은 책임도 설명도 아닌 정치적 불랙코미디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단순한 감정 충돌이 아니라 공천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대구시장 후보 공천 문제를 두고 불만이 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이진숙 후보 공천 문제가 기대와 달리 흘러가면서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공천 갈등이 사퇴 파동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설(說)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정치권 이야기도 돌고 있다.
보수 성향의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장동혁 대표에게 이정현을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국민의힘이 최근 점점 극우 성향으로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이 정치권에서 계속 회자되는 이유는 국민의힘 내부의 공천 방향과 정치 노선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은 정당의 얼굴이다. 어떤 인물을 공천하고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정당의 정치적 가치와 방향이 드러난다.
그런데 공천을 책임지는 공관위원장이 사퇴를 선언했다가 이틀 만에 복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국민들은 “이 공천이 과연 개혁 공천인가, 아니면 정치적 계산의 산물인가.” 생각할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당 개혁”과 “정치 쇄신”을 강조해 온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그 구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이 되고 말았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공천이 개혁 공천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계산 중심의 공천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사퇴 해프닝은 단순한 정치 코미디로 끝날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뒤에는 공천을 둘러싼 정치적 계산과 권력 갈등이라는 복잡한 정치 술수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당의 수준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공당의 지도부는 국민 앞에서 설명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
사퇴가 정치 쇼가 되고, 복귀가 정치 이벤트가 되는 정치 문화 속에서는 “개혁”이라는 단어도 결국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게 된다.
정치는 이정현 공관위원장의 개인 원맨쑈가 아니다.
그리고 공당의 공천은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국민은 지금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정치권과 국민의 힘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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