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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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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태철의 아름다운 트레킹] 1억년의 "역암(礫岩)" 이야기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5/10/10 10:03 수정 2025.10.10 10:59
-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역암)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명품산 ,,, 마이산
- 그것은 대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가 만나 빚어낸 앙트레프레너십과 희망을 만든 순례자의 길이었다.

김태철 공학박사(사진_굿모닝전북신문)

[김태철의 아름다운 트레킹] 1억년의 역암(conglomerate, 礫岩) 이야기

 

가을 하늘 아래 마이산(馬耳山)을 찾았다. 조선 태종 이방원이 멀리서 바라보니 말의 귀를 닮았다고 말했던 그 산. 오늘은 초가을의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힐링 트래킹을 좋아하는 소중한 분들과 함께 이 산이 품은 이야기를 따라 나서기로 했다. 여정의 시작은 남부주차장이었다. 주말 마이산은 사람들이 참 많다. 초입 모자집에서는 모자와 장갑의 필요성을 지나는 준비 안 된 산객들에게 마구 던진다. 역암 덩어리 능선 산행을 앞둔 우리들은 재잘거림으로 긴장과 설렘을 해소했다. 


발걸음은 무척이나 경쾌했다.

 

첫 발걸음을 향한 곳은 고금당이었다. 자연이 만든 콘크리트 역암 바위 틈사이를 다듬고 확장하여 만든 아담한 황금색 암자였다. 수백 년 동안 바람과 빗물과 햇살을 견디며 절벽 위에서 자신을 지켜온 듯 했다.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왔고, 새들의 지저귐은 그 자체로 명상의 음악이었다. 임실까지 32km에 달한다는 대자연 역암덩어리 위 트래킹으로 오늘은 암마이봉까지 올라 볼 요량이다. 

 

행복한 힐링자체가 된다. ‘내가 이 순간 살아 있다’는 느낌이 감사고 기쁨이었다. 필자는 이 길 속에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만나 볼 계획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시간을 붙잡아 본다. 우리를 위해 마이산의 지질시간도 잠시 휴식으로 답을 한다.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역암)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명품산. 시멘트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암석. 오늘 처음 본 대원은 콘크리트공사를 해 놓은 듯하다고 말 한다. 대자연이 만든 마이산은 자연 콘크리트 역암으로 충만했다. 그 안의 역들(자갈들)은 역암이 만들어지기 전 편마암, 화강암, 규암, 페그마타이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이다. 성분, 모암, 그 많은 역들의 각자 각자의 히스토리가 궁금해진다. 너무 다양한 그들이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사연도 고향도 생각도 다르듯...

 

중생대 백악기에는 화산활동이 심했다. 

 

이로 인해 발생된 이산화탄소는 대기의 온실효과가 커져서 지구 온도는 높았다. 마치 사우나실 같은 지구 상태였다. 이로 인해 따뜻해진 바다는 강우량을 많게 했다. 습한 기후였다. 크고 작은 호수가 한반도와 그 주변을 차지하였다. 진안 분지도 호수에 속했던 곳이다. 호수 부근에서 큰 홍수가 발생하면 역들이 상류로부터 물길에 휩쓸려 둥글게 마모되고 마모된 자갈과 모래, 점토질이 합쳐져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쌓이게 된다. 두께가 수천인 마이산의 역암층이 퇴적하기 위해서는 자갈 등이 퇴적되는 동안에도 지질학적 운동으로 분지가 지속해서 내려 앉아야 한다. 이런 침강을 통해 자갈 등이 지하에 파묻히며 지구내부 열과 압력을 통해 단단하게 굳기 시작하면서 암석화가 되는 것이다. 

 

마치 콘트리트가 시멘트, 모래, 자갈이 굳어 강한 덩어리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하 온도이다. 마이산 역암층이 매몰할 때의 온도는 약 150~200℃로 추정된다. 화산활동이 심해지면 마그마가 지표에 가깝기에 열이 발생된다. 위에 쌓인 지층은 압력을 만들어 자갈, 모래, 점토 등은 점차 바위로 굳어져 마침내 역암이 되는 것이다. 이후 지구의 지각운동으로 이 역암층이 지표면으로 상승한다. 상승 직후 진안 분지는 비교적 평탄한 공원이 형성되었으나, 바위의 강도나 풍화 특성 때문에 차별침식(약한 곳은 쉽게 침식되고 단단한 곳이 남는 침식)이 이루어져 지금과 같은 뾰족하고 90도 절벽으로 만들어진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된 것이다.

 

김태철 박사(사진_굿모닝전북신문)

고금당을 지나 한참을 걷고 롤러코스터 같은 계단을 오르면 마침내 도착한 곳은 하늘로 치솟는 기운이 서린 비룡대였다. 이름 그대로 하늘로 솟구치는 용의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다. 발밑에는 진안의 들녘과 고원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 너머로 겹겹이 이어진 산줄기는 파도처럼 끝없이 펼쳐졌다.

 

전망대에 서서 두 팔을 벌려 마이산 바람을 맞았다. 바람은 앞에 보이는 거대한 역암덩어리 사이들을 통과하여 대원들을 반기는 환영의 인사 같았다. 오랜만에 세상 모든 무게가 벗겨지고 가벼워진 듯한 자유로움이 온몸을 감쌌다. 한 모금의 생수를 맛보아 소중함을 알아본다. 한 알의 사탕 속에서 당의 중요함도 느껴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졌다.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음을, 그저 대자연의 바람과 풍광 속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용두봉이었다. 길은 점점 가팔라졌고, 숨도 가빠졌지만 발걸음은 정상을 향해 멈추지 않았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풍광은 더욱 웅장해졌다. 마침내 봉우리에 올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장관은 올 여름 뜨거움에 있었던 그 어떤 수고로움도 단번에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용의 머리 위에 선 듯한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장쾌하기까지 했다. 여러개의 벤치에서 만난 가을 바람은 뜨거워진 얼굴의 땀들을 수건으로 닦아내고 식히는데 충분했다. 길가에 떨어져 있는 무수한 상수리를 보면서 행복은 성취의 끝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들의 존재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감사에 있음을 한순간 깨닫게 된다.

 
6년근 인심재배 전문가 대표님의 ‘가을 버섯’ 특강이 시작된다. 가을 버섯인 능이, 송이, 표고, 싸리버섯의 특징과 요리법에 대하여 그리고 버섯 옆에는 독사가 있기 때문 아주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까지...

 
오늘 여정의 마지막 등반 장소는 암마이봉이었다. 두 귀처럼 솟은 마이산의 한쪽 봉우리다. 바위 계단을 오르는 동안 다리는 무거워지고 숨은 가빠졌지만, 가슴은 오히려 극기 정신으로 벅차올랐다. 앞 숫마이봉은 바라보면서 마치 어느 정도 올랐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마침내 진안읍내와 숫마이봉을 바라다보는 전망대에 서며 오늘의 정상에 이르렀음을 알았다. 뒤쪽에 있는 암마이봉 전망대에 섰다. 말의 한쪽 귀에 올라 세상을 굽어보는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정상에서 바라본 지나온 장소를 내려보는 풍광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하늘은 푸르고, 마이산 줄기들은 겹겹이 이어지고, 그들 사이에 자리한 들판과 마을은 마이산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땀에 젖은 옷과 가방 그리고 거칠었던 호흡조차 행복의 제목이 되어버렸다.


이제 하산 길이다. 내려갈 시간이 된 것이다. 숫마이봉을 보며 역으로 내려간다. 천황문을 도착하니 이곳이 금강과 섬진강의 분기점이라 한다. 내가 유학했던 도시에 흐르는 금강, 그리고 내가 태어났던 고향, 정겨운 섬진강이 이곳에서 나누어진단다. 마치 남원 운봉에서 섬진강과 낙동강이 나누어진 것처럼. 막연하게 나마 과거와 미래가 나누어지는 현재처럼 말이다. 과거 속에서 만들어지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현재처럼. 꾸준하게 성실하게 노력해야 할 현재가 아닌가?

 

목재 계단을 통해 한참을 내려오자 은수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성계는 남원의 황산대첩을 통해 개성에서 이름을 얻는 계기가 된다. 그는 임실의 상이암과 진안의 은수사에서 조선창업을 위한 기도를 하게 된다. 이름처럼 맑고 깨끗한 물을 가진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에 있었던 기도처 은수사였다. 두 개의 역암덩어리사이 타고 흐르는 햇살을 받아 반짝인 장소인 은빛 은수사, 그곳은 이성계가 심었던 6백년이 넘은 청실배나무가 있어 더욱 빛나는 장소가 되었다. 은수사 마당에 앉아 산길을 걸으며 쌓였던 피로는 한꺼풀 한꺼풀 은빛 바람에 씻겨나갔다. 청실배나무가 필쩍 다시오리라. 

 

남부주차장에서 탑사까지 거리는 3km가 넘는 화려한 벚꽃길이다. 이 길의 벚꽃은 일 주일 늦게 개화한다. 이러한 이유로 바뻐서 벚꽃을 보지 못한 상춘객들은 이곳에서 흘러가는 봄을 잡는다. 오후4시 정도, 남부주차장에서 탑사까지 주간 벚꽃을 도보로 왕복하고 저녁식사 후 승용차를 가지고 야간에 다시 탑사까지 파노라마 썬루프를 열고 운전해 보시길 권한다. 봄 밤의 파노라마가 되어버린다.

 
오늘 여정의 마지막은 탑사다. 암마이봉 바로 아래에는 마이산탑사가 있다. 백여 년 동안 큰 바람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킨 90여개 돌탑들 ! 놀라운 것은 그 모든 탑이 시멘트나 접착제 없이 손으로 쌓아 올려졌다는 점이다. 기묘한 균형으로 세워진 돌탑들은 천 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당당한 위용이 있었다. 거대한 태풍이 몰려오면 천지탑 주변 큰 나무는 부러지고 꺾이고 넘어졌지만 돌탑들은 전혀 넘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갑룡 처사가 독립을 기원하며 하나하나 30년 동안 쌓았다는 탑사의 돌탑은 불가사의 자체다. 암마이봉 아래 탑사 안에 천지탑. 가장 뒤쪽에 두 돌탑이 위용 있게 우뚝 서 있는 것이다. 탑사 앞에서 보면 뒤를 받치고 있는 15미터의 피라미드형태이다. 3년 걸려 쌓았다는 두 탑이다. 그 명작품 탑의 구성 돌들은 대부분 마이산 역암의 역들이다. 지금도 암마이봉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그 역들로 쌓아 올린 것이다.

 
필자는 마이산의 세가지 보물의 조합은 천연콘크리트 암마이봉, 사람이 만든 불가사의한 돌탑, 여름 우기에만 만들어진 웅장한 암마이봉 폭포. 자연과 인간의 심포니 앙상블 인 것이다. 참 아름답다. 옆에서 이들의 협연을 부러워하며 암마이봉 타포니 방향으로 타고 오르는 능소화도 역시 걸작이다. 자연의 위대한 걸작품 암마이봉옆 역암층 위에 인간의 걸작품 탑사가 만들어지고 이곳으로 떨어지는 폭포수와 하늘로 오르고 있는 능소화를 보노라면 천하 비경의 작품이 따로 없다. 이 아름다운 천하비경 걸작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인 오늘의 트래커들과 사진을 찍어 보았다. 돌탑 사이를 거닐다 보니, 그것이 단순한 돌덩이의 집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탑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소망과 열정이 담겨 있었고, 그 염원이 모여 지금의 장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산길에 다시 뒤돌아보아진다. 저자는 대학시절 지질학을 전공하여 습관적으로 여행지역을 지질학적으로 접근하곤 한다. 암마이봉 남쪽에 있는 대규모 타포니 현상은 지질학적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명세가 있는 마이산이다. 암석의 노화현상이라고 할까? 낮의 뜨거운 태양에 의해 역암은 팽창을 하게 되고 밤은 반대로 수축을 하게 된다. 이를 반복하면서 역들은 공간이 생겨 떨어져 나가게 되고 지속적으로 풍화와 침식의 결과는 큰 규모의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는 점점 커지면서 동굴형태로 타포니지형을 만들게 된다. 암마이봉은큰 타포니를 가지고 여전히 든든하게 서 있었다. 

 

수많은 세월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것처럼, 나 또한 일상으로 돌아가 꿋꿋이 내 삶을 지켜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한번 목표를 잡으면 끝을 보는 우리와 내가 된다. 아름다운 트래커들은 심지가 있는 단단한 역암이 되어버리자. 트래킹은 끝났지만 마음속에는 새로운 역암봉우리가 하나가 세워진 듯했다. 단순한 산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가 만나 빚어낸 앙트레프레너십(창업가 정신,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과 희망을 만든 순례자의 길이었다.



공학박사 김태철의 아름다운 트래킹
한국탄소산업진흥협회
김 태 철 공학박사/부회장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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