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운석 기자(사진_굿모닝전북신문) |
[오반장 칼럼] “법왜곡죄의 시대, 경찰은 더 이상 과거의 관성으로 일하지 마라”
내란의 밤 1주년이 되는 지난 12. 3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왜곡죄’가 통과되면서 대한민국의 수사 환경은 이제 거대한 격변의 소용돌이로 진입했다. 이 법은 고위 공직자의 의도적 법해석 왜곡을 제재하기 위한 장치라지만, 그 영향력의 파장은 결코 수사 지휘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 경찰관들의 미진한 수사 실력, 경험 부족, 업무 과중, 불안정한 판단 구조가 고스란히 새로운 법적 위험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험성 등 하나하나 살펴본다.
수사 실패가 ‘법왜곡’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
경찰 수사는 완벽하지 않다. 현장에선 증거 인수 절차의 실수, 변호인 참여권 고지 누락, 압수수색 범위 착오, 피해자 진술 누락, 고소장 기초 사실 오해, 사건 분류 오류 같은 사소한 실수들이 비일비재하다. 과거에는 이런 미비점이 “업무 미숙”, “실수”, “경험 부족”으로 끝났다면, 법왜곡죄 시행 이후에는 ‘고의적 왜곡’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다음 두 경우는 가장 위험하다. 유력 인사가 연루된 사건, 피해자·가해자 양측 모두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사건이다. 이제 경찰관의 손끝에서 나온 한 줄의 문서, 하나의 판단이 곧바로 법왜곡죄의 구성요건 판단 자료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민 인권 보호는 강화되지만, 그만큼 갈등은 폭증될 것
법왜곡죄가 시행되면 국민은 경찰의 모든 판단을 더 날카롭게 들여다보게 된다. “왜 내 고소는 각하했나?” “왜 저 사람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나?” “왜 증거 확보를 이렇게 부실하게 했나?” 등 질문들이 이제 단순한 민원이나 항의 수준을 넘어 곧바로 ‘경찰의 법왜곡 혐의 의심’으로 번질 수 있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보복성 고소·고발 증가, 경찰 상대 소송 급증, 수사관 개인 책임의 확대, 위축수사, 방어진행 관행 고착 등이다.
이는 결국 국민 인권의 보호가 강화되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불필요한 법적 충돌이 폭증하는 부작용도 피하기 힘들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 중 한쪽이 “경찰에게 불리한 수사를 당했다”고 주장할 경우, 경찰의 모든 판단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수사 실패가 경찰 개인의 생존 위협으로 이어질 시대
이제 수사관은 단순한 수사 공무원이 아니다. 법왜곡죄 아래에서는 형사 책임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현장에서 증거 보전 미흡이 “고의 은폐” 주장으로, 사건 처리 지연은 “특정인 봐주기” 로, 법리 판단 실수는 “법 해석 왜곡” 으로, 피의자와 피해자 진술 왜곡 시비는 “고의적 조작” 으로 법을 왜곡했다는 주장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경찰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과거보다 열배 스무배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왜곡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찰의 필수 생존 전략
경찰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단순한 ‘신속·정확’이 아니다. 수사는 법적 안전성, 기록 중심성, 절차 준수성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기록이 생명이다. 적자(적어라)生存이다.
수사기록은 이제 단순한 업무자료가 아니라 수사관을 보호하는 최후의 방패가 된다. 모든 절차는 문서화하고 판단 근거는 명확히 기록해야 한다. 고의성 시비를 차단할 수 있도록 근거를 남겨야 한다. CCTV나 통화 내역, 현장기록은 즉시 확보, 소극행정으로 비칠 수 있는 지연 방치 역시 금물이다. 이러한 절차적 행위 등을 반드시 기록해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호막으로 만들어야 한다.
▶법리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과거에는 고참이나 검사가 법리를 잡아주던 시대였다. 하지만 경찰 수사권 독립 이후, 경찰은 자기 스스로 법적 판단의 책임자가 됐다. 법왜곡죄 시행 이후 법리 판단 오류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위험 신호가 된다. 그러기위해선 형법과 형사소송법 교육 강화, 신종 범죄 법리 연구, 판례 중심 학습 정례화, 송치 의견서 강화를 위한 내부 검토팀 구성 등이 따라야 할 것이다.
▶정치적 사건에서는 한치의 흔들림도 허용이 안된다.
연루된 인물이 고위 공직자, 지역 유력 인사, 정당 인물일 경우에 경찰의 판단은 반드시 삼중 사중 검증이 필요하다. 하나의 판단 실수가 ‘의도적 왜곡’ ‘보복성 처리’ ‘특정인 감싸기’ 로 변질될 수 있는 시대가 온것이다.
▶피해자·가해자 어느 쪽에도 감정 개입을 금지해야 된다.
과거 경찰에서 흔히 보던 말투에서 “이 정도는 합의하면 끝납니다” “고소해도 잘 안 됩니다” “이건 상대가 더 유리합니다” 등등의 말 한마디가 왜곡된 법적 정보 제공으로 비칠 수 있음을 명심하자. 경찰의 언행 하나하나가 법적 책임의 소재가 되는 시대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수사 지휘부는 책임 회피가 아닌 ‘절차 투명성’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지휘부가 정치적 책임을 두려워해 결정 회피나 늑장 판단을 하면 현장은 더 위험해진다. 최악의 경우는 지휘부는 빠지고 실무 경찰관만 ‘법왜곡’의 최전선에서 책임을 뒤집어쓰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휘부는 “모든 판단 과정을 투명하게 남기는 시스템”을 구축해 실행해야 한다.
결국, 법왜곡죄 시대는 경찰에게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시대’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법왜곡죄 시행은 수사 실패를 곧바로 경찰 개인의 법적 위협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국민 인권 보호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경찰 조직 전체에 엄청난 부담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경찰이 이 리스크의 바다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다. 절차를 지키고, 기록으로 말하고, 법리를 숙지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수사의 기본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것이다.
이제 경찰은 “속도보다 정확성이 중요하고, 감이나 직관보다 기록이 중요하고, 경험보다 법리가 중요한 시대”에 들어섰다.
수사권 독립 이후 경찰에게 주어진 권한은 컸지만, 이제는 그 권한만큼 더 큰 책임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경찰관 개개인이 인식하고 매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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