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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철 수필가, 신아문예대학작가회 ‘작가상’ 수상..
문화

한석철 수필가, 신아문예대학작가회 ‘작가상’ 수상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5/12/19 10:33 수정 2025.12.19 11:43
-모성애와 풍수지탄의 정서를 담은 수필 「울 어머니가 보고 싶다」로 깊은 울림

수필가 한석철(사진_굿모닝전북신문)

[굿모닝전북신문=오운석기자] 한석철 수필가가 신아문예대학작가회로부터 올해 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열리며, 한 작가는 이날 문우들의 진심 어린 축하 속에서 수상의 기쁨을 나눌 예정이다.

정읍 출생인 한석철 수필가는 『대한문학』 2014년 제47호로 등단했으며, 현재 대한문학 회원, 행촌수필문학회 회원, 신아문예대학 작가회원으로 활발한 문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에서는 행정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사회복지학 분야에서도 꾸준히 학문적 탐구를 이어온 작가다.

이번 수상작으로 주목받은 작품은 수필 「울 어머니가 보고 싶다」로, 치매를 앓는 친구 어머니를 마주한 순간에서 촉발된 기억과 회한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인간 존재의 유한성, 그리고 ‘풍수지탄(風樹之嘆)’의 정서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은 반세기 만에 재회한 친구 어머니의 노쇠한 모습을 통해 화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불러낸다. 논두렁길 새참을 이고 오던 모습, 모깃불 아래서 별을 세며 잠들던 여름밤, 부모를 모시고 떠났던 소박한 제주도 여행의 기억 등이 겹겹이 포개지며, 독자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특히 “부모는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풍수지탄의 의미가 작품 전반을 관통하며, 효(孝)의 본질과 인간적 후회를 절제된 문체로 형상화했다.

심사평 요약

전일환 전 국문학교수(현 신아문예대학 수필반 교수)는 심사평에서
“모자 간의 애틋한 정과 치매라는 노병의 아픔을 통해 인간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라며,
“수필이라는 장르가 지닌 고유한 미덕을 살려 참삶을 곱고 아름답게 그려낸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친구 어머니의 ‘오빠’라는 부름에서 느낀 섬뜩함과, ‘차라리 돌아가시는 게 낫다’는 말 앞에서 요동치는 인간적 고뇌, 그리고 풍수지탄에 이르는 감정의 흐름이 매우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며, 부모 생존 시의 무심함과 사후의 후회를 대비시킨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석철 수필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부모가 살아 계실 때 다하지 못한 효에 대한 뒤늦은 자각과 인간의 무지몽매함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수필 전편]

 

울 어머니가 보고 싶다
                                                                                                      한석철
“어머니! 제가 뒷집에 살던 엄재댁 아들 철입니다.” 두 손을 잡고 몇 번을 말씀드렸지만 멍하니 처다 만 보신다. 아무런 반응이 없으셨다. 이런 친구의 어머니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 어머니는 우리 어머니의 친구이시다. 문득 어머니가 생각난다.

 

친구 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뵙고 그 후 50여 년 만에 다시 뵈었다. 그때 친구 어머니는 곱기만 하던 30대였는데, 지금 구순을 넘긴 모습을 뵈니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은 당신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시는데, 어떻게 나를 알아보실까? 모든 걸 세월이 다 빼앗아 가버렸다고 생각하니 야속하기만 하다.

 
친구는 초등학교 졸업 후 가족 모두 서울로 이사를 하여 헤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소식을 주고받았다. 소식이 끊겼던 그 친구가 귀향해서 집을 지었다기에 반가워 방문하기로 했다. 이사 선물을 사서 가지고 가는 내내 마음이 설렜다. 친구는 건축업자라 본인이 직접 설계부터 마무리까지 했다는데, 나도 집을 짓게 되면 친구에게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주 멋스럽고 튼튼하게 잘 지어진 것 같았다.

 
그 친구 집에 도착하니 여동생 가족과 어머니가 계셨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머니를 뵈니 반가움에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여동생이 성남에서 모시고 사는데, 주말이라 어머니께 고향도 보여 드리고 오빠 집도 보여 드리고자 모시고 왔다고 했다. 동생이 고맙고 예뻐 보였다. 친구 어머니를 보니 우리 어머니가 살아오신 것 같은 착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반가워하실 어머니인데, 심한 치매로 날 알아보지 못했다. ‘아들의 친구를 “오빠!”라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신작로를 따라 머리에 큰 보따리를 이고 내 손목을 잡고 걷는 모습이 떠올랐다. 논두렁길에 새참을 이고 걸어오시는 모습도 보였다. 아버지의 음성도 들리고 영수 아버지, 진성이 아버지도 금방 나오실 것만 같았다. 아버지가 정자나무 아래에서 바둑과 장기를 두던 모습도 그대로였다. 우리 6남매가 여름철이면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하늘에 별을 세며 어머니 무릎을 베고 잠들었던 고향 집도 그대로였다. 어찌 산천은 변함이 없는데 사람들은 온데간데없단 말인가?

 
내가 잠시 눈을 감고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는 사이에 친구가 “저렇게 사시려면 빨리 돌아가시는 게 낫다고” 중얼거린다. 얼마나 모시기 힘들어서 그럴까? 이해도 가지만 난 그 말에 화가 치밀어오른다. 

 

순간 내가 어머니와 함께 여행했던 사연을 이야기해 주었다. 80년대 중반에, 1년에 50만 원짜리 사글세 집에 살 때였다. 40만 원의 빚을 얻어 부모님 여행을 시켜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부모는 6남매를 어려운 가정에서도 잘 키웠지만, 우리 형제들은 부모님 모시고 비행기로 가는 여행을 시켜 드릴 수 있는 형편이 되질 못했다. 큰맘 먹고 아내와 상의하여 부모님 모시고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동안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내가 비행기를 관제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지만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기는 어려운 시절이었다. 제주도에 도착하여 밤에 부모님은 호텔에서 주무시고 아내와 나는 여인숙에서 자고 아침에 만나 제주 시내, 서귀포, 한라산 등 3박 4일 동안 여행하는 내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 술집에 가서 사들일 여유가 없어 물병에 소주를 넣어 관광지를 다니며 수시로 따라 드리면 그렇게 맛있게 드시곤 하셨다. 안주는 아내가 가방에 가지고 다니면서 술을 드실 때마다 꺼내 드리곤 했다.

 
생각해 보면 참 우리의 여행은 말이 아니었지만, 난 부모님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내가 살면서 모든 여행을 통틀어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된 여행도 없고 행복하고 보람된 여행도 없었다. 부모님이 다 가신 뒤 여러 번 제주도 여행을 가서 호화로운 호텔에서 묵으며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마다 부모님께 사드리지 못한 안타까운 감정이 튀어나와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곤 했다. 지금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무엇이든 해드리고 싶지만, 잘해 드리지 못한 그때가 두고두고 후회스럽다. 제주도 여행을 하신 지 2년쯤 지나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그렇게라도 부모님 여행을 시켜 드린 것이 다행이기는 하지만, 난 비행기 타고 가는 여행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부모님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아린다.

 

친구는 내 이야기를 다 듣더니 미안하다며 아내도 없이 혼자 사는 처지이다 보니,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고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채, 동생 내외에게 신세를 지는 꼴이 되어 면목이 없어서 했던 말이라 했다. “애타는 이 심정을 친구는 상상도 못 할 거야” 하면서…. 듣고 보니 너무 화를 낸 내가 부끄러웠다.

 

문득 교수님이 강의하신 ‘풍수지탄 風樹之歎’의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지만 바람이 계속 불어 흔들리듯이, 자식은 부모를 봉양하고 싶지만, 부모는 세월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늘따라 2천 년 전 고어의 이야기가 내 뇌리를 맴돈다.


친구 여동생이 푸짐하게 밥상을 차렸지만, 나는 목이 메어 음식을 먹지 못했다. 아무리 사람을 못 알아보고 아들 친구에게 오빠라고 해도 나는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좋겠다. 이 순간, 울 어머니가 사무치게 보고 싶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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