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제천오운석(사진_굿모닝전북신문) |
[제천칼럼] 이혜훈 지명, 전북은 착잡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전 의원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은 전북에서 박수도, 즉각적인 반대도 아닌 불편한 침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침묵 속에는 한 가지 질문은 “왜 하필 예산권인가?”
정읍고창 지역구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대통령의 인사는 국민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상징 언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 외치고,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했던 국힘의 이혜훈 (전)국회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에 앉히는 인사, 정부 곳간의 열쇠를 맞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의 파기'입니다. 동의하기 어렵습니다"라고 반대 입장 속에도 예산 문제를 지적했다.
그렇듯 전북에게 기획예산처는 단순한 중앙부처가 아니다. 이곳은 수십 년간 전북이 겪어온 ‘정책은 난무했으나 예산은 빈곤했던 역사’가 되풀이했던 기억이 가장 선명하게 각인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산업단지는 계획으로 끝났고, SOC는 늘 후순위였으며, 국가 전략사업은 번번이 다른 지역의 이름으로 집행되지 않았던가?
그래서 전북은 인사를 볼 때 출신보다 먼저 자리의 성격부터 본다. 통합도 중도확장 인사도 이해한다. 그러나 나라 곳간의 열쇠는 당연히 다른 문제다.
이혜훈 지명자는 PK 출신 보수 정치인이다. 경제·재정 전문성은 평가받을 수 있지만, 전북의 시선에서 이 인사는 상징이 아니라 불안한 마음으로 판단되는 인사다. 이 장관에 대한 호의도, 적의도 없다. 오직 숫자만 있다.
전북의 뼛속까지 민심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첫 예산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임기 내내 밀린다.”는 것.
그래서 이 장관의 첫 시험대는 추상적이고 매끄러운 취임 연설이 아니라, 첫 추경과 본예산의 총액표다. 전북 몫이 늘었는지, 핵심 사업이 우선순위에 올랐는지, 증가폭이 타 지역과 비교해 합당한지 이 세 가지만 본다.
최근 정부의 정책 시계는 분명히 PK를 향하고 있는듯 하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부산 출신 장관 검토 발언은 전북에 자연스럽게 비교 구도를 만든다. 문제는 지역 간 경쟁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경쟁이 예산의 제로섬으로 작동할 가능성이다.
전북은 더 이상 “다음에 잘 해주겠소”라는 말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 PK가 성장 전략이라면, 전북은 구조전환 전략이어야 한다.
RE100 기반 산업, 농생명·푸드테크, 그린에너지, 제조 고도화, 데이터·AI 인프라는 전북의 생존 과제다. 이것이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인력·R&D·기업유치·인프라를 묶은 지속 투자 패키지로 설계되지 않는다면, 이번 인사는 전북에서 곧바로 실패로 규정될 것이다.
야권 출신 장관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불가피하다. 전북은 이 논쟁에 감정적으로 끼어들지 않는다. 대신 적정화된 시스템을 요구한다. 예산 배분 기준을 공개하고, 평가 지표를 명문화하며, 특정 지역이 유리하다는 의심을 원천 차단하는 룰 기반 배분 체계를 만들 수 있는지 등 신뢰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또 하나, 전북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대목은 '소통 방식'이다. 서울에서 그려진 그림이 일방적으로 내려오는 구조에서 전북은 늘 패배자였다.
전북은 이제 예산 편성 이전부터 의견이 반영되는 사전 협의, 전북 산업계·대학·지자체가 참여하는 상시 소통 창구를 상설화 하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둘러싼 개인적 인연, 종친 관계, 숨겨진 친분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번 선택은 전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다. 그리고 전북에서 그 판단의 성패는 “통합을 말했는가, 아니면 전북을 또 한 번 양보 대상(희생양)으로 삼았는가.”이다.
전북민은 애타게 바라고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오래는 기다리지 못한다. 아직까지 제대로, 순조롭게 전북도민을 만족시킬 만한 예산 집행은 없었으니까.
대통령의 탁월한 용인술을 믿고 싶고, 초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자의 합리적, 지역균형 감각을 살린 정책 집행을 기대해 본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AI 시대를 선도하는 굿모닝전북신문



홈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