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는 이미 "세 개의 경제동맹"으로 재편되고 있다
세계 질서는 더 이상 단일한 글로벌 시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을 축으로 세계는 이미 세 개의 경제동맹 체제로 나뉘어 재편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라 산업·기술·안보·에너지까지 포괄하는 생존을 겨누는 구조적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첫 번째 축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경제동맹이다. 바로 팍스 실리카(Pax Silica)동맹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한국이 포함된 이 진영은 자유무역과 민주적 가치, 규범 기반 질서를 표방한다. 반도체, 배터리, AI, 방위산업 등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며, ‘동맹국 중심의 블록화’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는 그 상징적 사례다.
두 번째 축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형 경제권이다.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서방의 공급망 차단 시도 무력화 등 정책이다. 중국은 러시아, 중앙아시아, 일부 동남아·중동 국가들과 함께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가 주도의 산업 전략을 무기로 독자적 경제권을 구축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디지털 위안화, 자원 외교는 중국식 경제동맹의 핵심 수단이다.
세 번째 축은 유럽연합(EU)의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이다. EU의 취약한 부분 해소와 회복을 위한 강력한 대응체계 마련하겠다는 선언이 나온 것이다.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세계 주요국들의 단결, 동맹의 형태가 새로운 형태를 띠며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더 이상 ‘선택을 미루는 국가’일 수 없다
이 세 체제의 교차점에 서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첨단 제조업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아온 한국은 어느 한 블록에도 완전히 벗어날 수 없고, 동시에 어느 한쪽에만 기댈 수도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제 한국의 전략은 모호한 균형이 아니라 분야별로 정교하게 계획된 다층, 다단계 전략을 구성해야 한다.
첫째, 기술과 안보 영역에서는 동맹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반도체, AI, 방위산업, 우주·사이버 기술 등은 이미 안보 자산이 되었고, 이 분야에서의 협력은 미국과 서방 동맹과의 공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선택의 여지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와 시장에서는 연결을 다변화해 국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지만, 의존 구조를 완화하는 것은 필수 과제다. 동시에 아세안,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와의 교역·투자·기술 협력을 전략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는 ‘탈중국’이 아니라 ‘리스크 분산’이다.
셋째, 에너지·자원·식량에서는 자립과 외교를 병행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과 자원 확보는 향후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다.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면서, 자원 외교를 통해 중동·아프리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댛ㄴ민국은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나라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계획을 세워 밀고 나가는 나라로 변해야 한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단순히 강대국 사이에서 줄을 잘 서는 나라가 아니다. 각 경제동맹의 구조를 정확히 읽고, 분야별로 주도권을 설계하는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
세계 3대 경제동맹 체제는 위기이자 기회다. 기술력과 제조 역량, 외교적 유연성을 갖춘 한국이 전략적 판단을 미룬다면 소외될 것이고, 반대로 명확한 방향을 세운다면 새로운 질서 속에서 핵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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