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세상|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란, 갈등을 넘어 전북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쾌거'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의가 예상보다 빠르게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북 정치권 일부와 지역사회가 새만금 입지를 대안으로 제기하자, 국민의힘 전북도당은 “정치적 선동이자 기업 이전을 강요하는 행위로 반(反)전북 정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고, 안호영 의원 측은 이에 즉각 반박하며 논쟁은 전국적 이슈로 번졌다.
표면적으로는 정치권 간 충돌처럼 보이지만, 이 사안을 단순한 갈등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이번 논란은 전북의 문제 제기가 얼마나 빠르게 전국 정치 지형을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용인반도체를 새만금으로 이전'이라는 사건은 ‘전북의 요구’가 전국 의제가 된 드문 장면이 연출돼 전북인에게 '삼면 대한에 단비'가 된 사건이다.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안호영 의원과 윤준병 의원 등 전북 정치권의 문제 제기였다. 그동안 새만금 배후지 개발이나 지역균형발전 요구는 중앙정부와 수도권 논리에 밀려 지역 차원의 주장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달랐다. 전북에서 발생한 작은 회오리가 며칠 사이 대통령실에 거대 회오리가 되어, '공식 입장 표명'으로 이어졌고, 민주당 중앙당과 전북도당, 경기도 정치권, 인접 지역인 전남도까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북의 한 지역 이슈가 짧은 시간 안에 국가 산업 정책과 균형발전 논의의 중심에 올라선 것이다.
이번 계기는 “전북의 목소리는 중앙에 닿기 전 사라진다”는 오랜 인식을 되돌아보게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논쟁의 결론과는 별개로, 전북의 요구가 충분히 전국적 의제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과거와 엄청난 차이를 보인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의 조기 입장 표명의 배경은 무엇일까가 궁금하다. 대통령실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기업이전은 검토한 바 없다", “투자는 기업의 판단”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정치권 논쟁이 과열되기 전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판단으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전북의 문제 제기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청와대의 신속한 대응, 타 지역의 반응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한다. 전북이 조직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논리를 갖추면, 중앙정부와 수도권 정치권도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 정치의 관성 속에서 쉽게 나타나지 않는 결과로 필자는 일종의 '쾌거'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번 사안에서 보듯 갈등보다 중요한 것은 ‘전북의 결집력’이 증명됐다는 사실이다. 정치권, 시민사회, 지역 여론은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전북의 미래 산업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표만큼은 분명히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전북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어떤 파급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어쩌면 그동안 전북 스스로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던 잠재된 영향력을 확인한 계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여부와 별개로, 전북의 '선택지'는 넓고도 넓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실제 이전 가능성과는 별도로, 이번 논의는 전북이 미래 산업 전략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차세대 패키징, 반도체 후공정과 R&D, 데이터센터 집적, RE100 기반 산업벨트 등은 전북이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번 논란을 통해 확인된 결집력은 일회성 이슈로 소진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는 전북이 향후 국가 산업 전략 논의에서 보다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자산이다.
전북 정치권의 ‘비전 제시’의 남긴 성과는 대단하다. 전북민의 자존심을 살려준 끝나지 않은 도전이다. 안호영 의원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만금으로”라는 제안은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전북도민에게 산업 비전과 상상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기 매우 크다. 이 문제 제기는 대통령 신년사의 핵심 기조인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전환", 그리고 “에너지가 풍부한 남부권을 중심으로 첨단산업과 지역 발전을 연결하겠다”는 국정 방향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실의 원칙적 입장으로 당장의 정책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번 논의가 남긴 흔적은 분명하다. 전북의 문제 제기는 더 이상 주변부의 요구가 아니라, 국가 전략을 검토하게 만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이 남긴 메시지는 단순하다. 전북이 분산되지 않고 방향성을 갖추면, 전국이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갈등의 연장이 아니라, 이번에 확인된 단결과 영향력을 어떻게 미래 산업 비전과 정책 설계로 이어갈 것인가다. 전북의 힘은 이미 확인됐다. 남은 과제는 그 힘을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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