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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도관찰사와 약무호남 석비(사진_굿모닝전북신문) |
[제천세상] 전북에는 오래된 상처가 천형(天刑)처럼 쌓인 지역이다.
서울과 수도권이 모든 정책의 중심이 되고, 지역은 “효율성(效率性)”이라는 이름 아래 차순위로 밀리는 구조가 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명분조차 정치권의 말잔치로 끝나버린 기간 역시 너무 길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대한소방공제회 이전지 논의 과정에서 “세종으로 가야 하지만 효율성을 고려하면 다른 공제회와 묶어 전주로 갈 수도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 사단이 됐다.
장관의 입에서 “세종이 맞지만, 효율성을 고려하면 전주도 갈 수 있다”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왔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기관 이전 이야기가 아니다. 전북을 다시 국가정책의 부속품, 중앙 행정의 남는 자리 정도로 취급한 발언이다.
이 발언은 전주 이전을 효율성이 떨어지는 차선지, 보조 선택지로 배치하고 “세종이 원칙, 전주는 대안”이라는 위계 구조를 드러내고, 공공기관 이전을 국가균형발전 관점이 아니라 ‘효율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재단했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장관의 발언은 전북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일제히 “전주를 유배지(流配地)나 찬밥 취급한 발언이요, 균형발전 철학이 안 보이고 국가 정책을 행안부가 서울·세종 중심 시각으로 재단한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전주는 조선시대 관찰사가 소재한 곳이다. 관찰사 앞 석비에는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이 새겨져 서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이고, 전북은 국가균형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충지역이다. 그런데도 행안부 장관은 전북을 선택지 A가 아닌 B, ‘원칙’이 아니라 ‘대안’, 주연이 아니라 ‘땜빵’으로 규정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한 번의 말실수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전주완주 통합 논의에서도 윤호중 장관은 명확한 로드맵 제시 없이 ‘검토’라는 단어로 시간을 넘기며 전북이 절박하게 묻는 질문에 답을 시원하게 해주지 않았다.
지방 현안은 뒤로 미루고 중앙·전국 정치엔 적극적인, 그 익숙한 “중앙 우선주의”의 모습이었을 뿐이다.
여기에서, 윤호중 장관에게 한마디 묻고싶다.
행안부는 정말 지방을 국가의 동등한 파트너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지방을 “효율성 매뉴얼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부속 조직” 정도로 보는가? 다.
전북민들은 단순히 기관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존중을 요구하는 것이다. 도민의 자존심을, 지역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응답을 요구하는 것이다.
윤호중 장관의 최근 행보는 국가균형발전의 철학 없이 중앙 관료적 사고의 습관만 남은 듯한, 지방을 숫자로만 보는 시각의 소유자로만 보인다.
윤호중 장관의 정치 이력은 굵직하다. 전 민주당 정책위의장, 전 원내대표, 전 당대표 직무대행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정치적 성향을 민주당 내에서도 전통적, 정통 친문계로 분류하며, 강경한 원내 전략, 당 기강 유지, 내부 단속 능력이 강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관료적 안정성보다는 정치적 메시지와 전투력 중심의 스타일이 강하다는 평이다.
특히, 전국 의제에는 적극적이지만, 지역 갈등 조정에서는 섬세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반복적으로 거론되면서 동시에 지역 감수성은 약한 편이라는 평이 공존한다는 평가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마지막 부분 “지역 갈등 조정에서는 섬세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반복적으로 거론된다”와 “지역 감수성은 약한 편이라는 평이 공존한다”에서 차선지 전주가 나왔음을 유추할 수가 있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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