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경찰청(사진_굿모닝전북신문) |
[6.3지방선거 기획 특집Ⅲ]선거판의 검은 惡魔, 브로커는 어떻게 진화했나
선거는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그 심장 주변에는 늘 ‘브로커’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이들은 후보와 유권자 사이, 제도와 여론의 틈새를 파고들며 인사·공천, 여론, 자금, 사건을 거래의 수단으로 삼아왔다.
브로커는 선거의 부산물이 아니다. 제도의 빈틈과 권력의 유혹이 만날 때 등장하는 구조적 산물이다. 지난 10년의 사건들은 한 가지를 말한다. “몰랐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유형(類型)으로 본 선거 브로커의 얼굴
▲ 인사·공천(公薦)거래형
가장 노골적인 형태다. 선거 지원을 미끼로 인사권이나 공천 개입을 요구한다.
대표 사례는 전주시장 선거 ‘인사 청탁’ 브로커 사건이다.
전직 지역지 기자가 예비후보에게 “선거를 도와줄 테니 인사권을 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연결·권유한 혐의로 기소돼, 2024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인사 대가형 브로커의 전형이자, “관행”이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었다.
여기에 2020년 총선 국면 ‘함바 브로커’ 연계 의혹도 있다.
경쟁 후보 고소와 언론 유출에 관여했다는 의혹 속에서, 당사자인 국회의원은 무죄를 받았으나 브로커 측은 별건으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정치, 사건 브로커의 결탁 가능성을 남겼다.
▲ 여론조작(與論造作)·미디어 중개형
여론은 브로커의 가장 값비싼 상품이 됐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온라인 매크로를 이용한 조직적 여론공작의 상징이다. 단순한 댓글 장난이 아니라, 정치적 거래 시도까지 얽힌 IT·조직형 여론조작이었고, 핵심 피고인들은 유죄가 확정됐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조사 왜곡 폭로도 같은 맥락이다. 통신사 주소지 변경, 패널 조작, 인사 요구 녹취까지 등장하며 여론조작과 인사 거래가 결합된 복합형 브로커의 실체를 드러냈다.
▲ 자금·금품·조직 동원형
오래됐지만 사라지지 않은 유형이다.
2018년 지방선거 금품 요구 사건(대전 등)에서는 선거운동 지원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브로커와 공모한 정황이 인정돼 유죄가 선고됐다. 2016년 총선 국면에는 후보 홍보·광고 계약을 빌미로 고액 커미션을 요구하는 지역 상권형 브로커들이 반복적으로 적발됐다. 수법은 바뀌어도 구조는 같다.
▲ 사건·수사 연계형
선거판을 흔드는 또 하나의 칼날은 ‘사건’이다.
고소·폭로·수사를 거래 수단으로 삼는 사건 브로커는 선거 국면에서 파괴력이 크다. 2024년 광주지검 수사관 공무상 비밀누설 재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여야 총선 후보 유착설 증언이 나오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사법적 판단은 별도로 진행 중이지만, 수사와 선거의 경계가 흔들릴 때 브로커가 끼어들 여지는 커진다.
▲ 관계 과시·영적(靈的)·인맥형
증거보다 ‘관계’를 파는 유형이다.
‘건진법사’ 전성배 관련 보도는 고위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선거·인사 개입을 시도한 정황을 드러냈다.
2024년 총선 국면의 ‘명태균 공천 개입’ 파문 역시 여야 공방 속에서 브로커 경계령을 울렸다. 아직 의혹 단계이지만, 권력과의 근접성 자체가 상품이 되는 현상은 분명한 경고다.
최근 10년의 공통 양상(樣相)이 더 교묘해졌다
첫째, 복합화(複合化)다. 인사·공천, 여론조사·댓글, 금품·조직 동원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인다. 단일 위반보다 탐지와 입증이 훨씬 어렵다.
둘째, 지역–중앙의 교차(交叉)다. 지역 선거라도 중앙 정치와 공천이 얽히는 순간, 브로커의 레버리지는 급증한다.
셋째, 미디어·플랫폼의 상품화(商品化)다. 유튜브, SNS, 커뮤니티, 왜곡된 여론조사가 폭로·협박과 결합된 ‘패키지’로 거래된다.
법(法)·제도(制度)는 따라가고 있는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은 금품 제공, 허위사실 공표, 여론조작을 금지한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2016~2018년의 광고·금품형에서, 2020년의 사건 결합형, 2022년의 여론조사 왜곡, 2024~2025년의 관계 과시형까지브로커는 법의 사각을 찾아 이동했다.
판결은 축적되고 있지만, 예방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캠프와 기관을 위한 실무(實務) 체크리스트
▲ 여론조사 루트 점검 - 주소지 변경, 패널 왜곡 등 ‘조작 패키지’ 제안은 즉시 차단하고 실행 전 증거를 확보하라.
▲ 인사·공천 대가 요구 금지 - 직·간접 인사 보장 약속은 곧바로 형사 리스크다. 전주 사건의 대법 확정 판결이 기준이다.
▲ 사건·수사 이용 브로커 경계 - 고소·폭로를 거래화하는 접근은 문자·녹취·계약서로 증거화하라.
▲ 정치자금 회계 투명화 - 제3자·홍보대행사 중개 수수료 구조를 공개하고 감사하라. 정치자금법·공선법 충돌을 예방하는 최소 조건이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접근을 차단하고 기록을 남기며 원칙을 지키는 일에서 시작된다. 선거의 품격은 후보의 언어가 아니라, 브로커를 거절하는 순간에 증명된다.
개별 사건은 흩어져 보이지만, 관통하는 공통(共通)의 문법(文法)은 분명하다.
선거 브로커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복합화·전문화됐다는 사실이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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