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
재난의 최전선에서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 조직이 전례 없는 내홍에 휩싸였다.
이오숙 전북소방본부장 취임 이후 불거진 각종 논란은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공적 자산의 사유화 의혹과 인사 불신이라는 ‘조직적 불통’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현장은 인력 부족으로 비명을 지르는데, 지휘부는 축배를 들고 있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지난 5월 발생한 ‘CGV 영화관 대관’ 논란이다. 직원 단합을 명목으로 공적 예산을 들여 대관한 장소에서 본부장의 취임 1주년과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소방본부 측은 “예정에 없던 깜짝 이벤트”였다며 해명했으나, 이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공무 수행을 위해 확보한 공간과 시간이 특정 개인을 향한 ‘과잉 의전’에 소모되었다는 점은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떠나 공직자로서의 윤리적 부재를 방증한다.
“우리는 불 속으로 뛰어드는데 본부는 잔치 중이냐”는 하급직 대원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는 현재 전북소방이 처한 심리적 분단 상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사 참사’와 ‘인력 실종’의 허탈함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인사 행정을 둘러싼 잡음은 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최근 승진 인사에서 특정 인맥이나 특정 지역 출신들이 요직을 독점했다는 이른바 ‘인사 카르텔’ 의혹이 노조에 의해 제기됐다. 근무성적평정 조작 의혹까지 보태지며, 땀 흘려 일하는 대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박탈감은 극에 달했다.
| 전북소방청 캐치프레이즈(사진_소방청 홈페이지) |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지휘부의 ‘안방 정치’가 진행되는 동안, 도민 안전의 최후 보루인 현장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사무감사 결과, 전북소방의 현장 인력은 정원 대비 무려 167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악사고가 빈번함에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명 구조견조차 없는 실정이다. 지휘부가 내실보다는 외형적인 의전과 보여주기식 행정에 매몰된 사이, 도민들은 구조적 공백이라는 실질적인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이제는 ‘쇼’가 아닌 ‘쇄신’이 필요할 때다. 소방 조직은 계급 사회다. 상급자의 권위는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정한 인사, 그리고 대원들과의 고통 분담에서 나온다. 하지만 현재의 전북소방은 고위직들의 음주운전과 갑질, 그리고 본부장을 향한 과도한 찬양 의전 등 기강 해이의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오숙 본부장은 여성 최초의 소방감이라는 상징성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방어적 태도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전북도와 소방청의 엄정한 감사를 자청해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지금 전북소방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취임 기념행사가 아니다. 텅 빈 현장 인력을 어떻게 채울지, 무너진 인사의 공정성을 어떻게 회복할지, 그리고 무엇보다 상처받은 하위직 대원들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질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도민의 안전은 지휘부의 생일 케이크 위가 아니라, 현장 대원들이 흘리는 땀방울 속에서 지켜지기 때문이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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