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천 오운석(사진_굿모닝전북신문) |
[제천칼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행보는 단순한 외교 행보가 아니다.
대한민국 내부의 정치 갈등과 외교·안보 문제를 미국 보수 정치권 한복판으로 직접 들고 들어간, 매우 위험한 정치적 도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 보수매체인 The Daily Caller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사실상 현 대한민국 정부를 “친중 성향”, “반미 흐름”, “한미동맹 훼손 세력”처럼 묘사했다. 한국의 대중 외교 기조와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한국이 미국과 멀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 보수층에 직접 전달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국내 비판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국내 정치인은 얼마든지 정부의 외교노선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의 특정 이념 진영 매체를 통해 자국 정부를 사실상 “위험한 정권”처럼 묘사하는 순간, 그것은 내부 정치투쟁을 국제정치 공간으로 끌고 나간 행위가 된다.
더욱 민감한 부분은 시점과 대상이다. The Daily Caller는 미국 내에서도 강한 보수·친트럼프 성향 매체로 분류된다. 즉 장 대표의 메시지는 단순한 국제사회 호소문이 아니라, 미국 보수 강경파와 MAGA 진영을 향한 정치적 신호에 가까웠다. 이는 향후 미국 정권 변화 가능성 속에서 한국 보수세력이 미국 보수 진영과 직접 연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국가안보는 국내 정파의 이해관계를 넘어선다.
특히 한미동맹은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되어야 하는 국가 전략자산이다. 그런데 야당 대표가 미국 보수진영에 “한국 정부가 친중화되고 있다”는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심어줄 경우, 한국 외교 전체의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정치와 동맹 운영은 분리해야 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동맹은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이지, 특정 정당과 특정 미국 정치세력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런 정치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을 ‘미국 내 정치분열의 하위 변수’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한국 정치권이 민주당은 미국 민주당 진영과, 국민의힘은 트럼프 진영과 각각 직결되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국 외교안보 노선 전체가 요동치게 된다. 결국 대한민국 외교는 사라지고 미국 내 당파정치의 그림자만 남게 된다.
더구나 현재 동북아 정세는 매우 민감하다. 미중 패권경쟁, 대만 문제, 북핵, 공급망 재편, 반도체 전쟁, 에너지 안보까지 겹쳐 있다. 이런 시기에 한국 정치인이 해외에서 자국 정부를 향해 “친중화” 프레임을 강하게 제기하는 것은 외교·통상·안보 리스크를 동시에 증폭시킬 수 있다.
중국은 이를 “한국 내부 반중노선 강화”로 읽을 것이고, 미국 강경파는 “한국을 더 압박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피해는 기업과 국민, 그리고 안보 현장에서 감당하게 된다.
정치적 배경도 읽힌다. 장 대표의 행보는 단순 외교 발언이 아니라 보수진영 재결집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다시말해, 반중 정서, 안보 위기론, 친북 프레임, 한미동맹 위기론을 통해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는 전형적 강경보수 전략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방선거와 차기 권력지형 재편 국면에서 “미국이 우려하는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강성 지지층을 결속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애국은 외국 정치세력에 기대 국내 정적을 공격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진정한 안보는 국익 중심의 냉정한 외교, 균형감각, 그리고 국내 갈등을 국제정치 도구로 악용하지 않는 절제에서 시작된다.
정치인이 해외에 나가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전체를 불안정한 국가처럼 묘사하며 외국 정치진영의 개입 가능성을 키우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국익을 위한 외교가 아니라 국내 정치용 국제화 전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대표 진영의 박수갈채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외교안보를 국내 정쟁의 확성기로 소비하지 않는 최소한의 국가적 품격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천 오운석, 굿모닝전북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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