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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가을 유감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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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가을 유감有感

이동우 기자 samerain@hanmail.net 입력 2023/10/10 14:36 수정 2023.10.10 14:45

[굿모닝전북=이동우기자]

편집국장/논설위원 정치학박사 李同雨

가을 유감有感

편집국장/논설위원  정치학박사 李同雨

사회과학을 전공한 필자는 필연적으로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다. 매일 필자만의 방식으로 몇 개의 신문을 탐독하고 시사 관련 방송을 시청하며 나름의 눈으로 세상을 조망(眺望)한다.

막 가을이 시작된 요즘,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을 생각한다.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나오는 이 말은 ‘따로 세상이 있지만 인간 세상은 아니다’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할 것 같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우리는 지금 말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제군주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정확히는 검찰독재시대를 살고 있다. 길고 긴 군부독재시대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가권력의 한복판에 똬리를 튼 검찰에 의한 독재시대를 지나고 있다. 최악인 것은 무식, 무능, 무개념도 모자라 포악하고 무책임하기까지 한 검찰 수장 출신이 통치하는 참담한 나라의 백성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 하나, 전제군주시대 왕이라고 무슨 일이든지 자기 마음대로 한 것은 아니었고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조선시대 만하더라도 왕권을 견제하는 기구로서 3사(홍문관, 사헌부, 사간원)가 있었다. 특히 사간원(司諫院)의 간관(諫官)은 왕이 언행과 시정의 잘못이 있을 때 목숨을 걸고 왕에게 바른말 함으로써 백성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국정에 반영했고 왕은 간관의 지적을 대부분 수용했다.

지금 윤대통령의 권한은 조선시대 왕보다도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지 않다. 예컨대 검사 시절 자신이 구속했던 인사들을 사면이라는 이름으로 방면해버리면 그만이다. 잠시 권한을 위임받은 공직자가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게 설명도 사과도 없다. 매일 자신은 무오류(無誤謬)라는 듯이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다.

민초들은 그저 미증유(未曾有) 나라의 백성으로 사는 하루하루가 지치고 버거울 뿐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요즘처럼 자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어쩌랴, 그래도 질긴 목숨이어가려면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살길 같다.

구약시대 다윗 왕이 반지를 만드는 세공기술자에게 ‘기쁠 때 교만하지 않고 절망할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한 마디를 새겨 달라’고 명령하자, 세공기술자는 아들 솔로몬에게 어떤 말이 좋을까 자문을 구했다. 이때 솔로몬이 한 말이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이다.

또 가을이다.
가을은 일조량의 감소 등으로 인하여 사람이 우울해지고 고독(孤獨)해지기 쉬운 계절이다. 가끔 고독은 ‘외로움’과 같이 쓰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차이가 있다. 고독은 영어로 ‘솔리튜드’(solitude)이고 외로움은 ‘론리니스’(loneliness)이다.

정신분석학자 설리번(H.S Sullivan)은 고독은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 혼자됨’이고 외로움은 ‘관계에서 격리된 부정적 혼자됨이다’라고 설명한다. 독일 기독교 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는 ‘외로움이 혼자 있는 고통이라면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이다’라고 설파한다.

올해 가을이 가기 전에 고독해 보자. 고독은 결국 ‘스스로 선택해 본인의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이자 외롭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홀로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자칫 ‘홀로 있다’는 것을 ‘낙오’나 ‘패배’로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많은 위인과 선각자들이 고독에서 자아를 돌아보고 창조적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인간은 사회에서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영감은 오직 고독에서만 얻을 수 있다’ 괴테(Goethe)의 말이다.

인생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가는 고독한 여행’일지도 모른다. 이 가을 우리 마음껏 고독해 보자.


이동우 기자 samera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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