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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안읍자치센터 수강생 김혜영, 계간 ‘수필미학’ 올해의 작품상 수상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입력 2026/01/29 11:21
수필 ‘까치밥’으로 다문화 이주 여성의 삶 포착…“연민 넘어 곁에 머무는 윤리” 평가

부안 부안읍자치센터 수강생 김혜영씨, ‘수필미학’ 올해의 작품상 수상 / 부안군 제공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부안군 부안읍자치센터 문예창작반에서 글을 닦아온 김혜영 씨가 수필문학 전문 계간지 ‘수필미학’이 선정한 올해의 작품상을 받았다. 지역 생활문학의 현장에서 길러진 한 편의 수필이 전국 단위 문예지의 심사를 통과하며, ‘동네 강의실’이 곧 문학의 생산기지임을 보여줬다.

부안군에 따르면 김혜영 씨는 ‘수필미학’(통권 50호)이 2025년 한 해 동안 지면에 실린 작품 가운데 작품성과 주제의식, 미학적 가치를 종합 심사해 선정하는 ‘올해의 작품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작품상은 매년 동시대 수필문학의 성과를 가늠하는 기준점으로 평가받아 왔다.

통권 50호 ‘수필미학’, 창작·비평 병행하는 수필 전문지

‘수필미학’은 수필 창작과 비평을 병행하는 수필문학 전문 문예지다. 수필의 미학과 이론을 꾸준히 탐색하며 수필의 예술적 깊이를 확장하고 비평적 지평을 넓혀 왔다는 점을 정체성으로 삼는다. 올해 통권 50호를 발간한 것도, 단순한 발행 숫자가 아니라 “수필을 둘러싼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는 기록으로 읽힌다.

이 작품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기’가 아니라 ‘완성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수록된 전국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엄정 심사를 진행해, 작품의 성취와 동시대적 문제의식이 함께 확인되는 글을 선택한다는 취지다.

수상작 ‘까치밥’, 다문화 이주 여성의 일상…소외의 결을 담담히

김혜영 씨의 수상작 ‘까치밥’은 겨울 가지에 남겨둔 열매, 즉 ‘남겨진 몫’으로 불리는 까치밥의 상징을 빌려 다문화 이주 여성의 삶을 그린 수필이다. 누군가의 삶을 ‘설명’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장면을 따라가며, 소외가 어떻게 생활 속 결로 남는지 조용히 드러낸다.

심사에서는 연민이나 계몽의 시선을 넘어, 타인의 삶 곁에 ‘머무는 태도’ 자체를 문학적 윤리로 성취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문학이 사회적 약자를 다룰 때 흔히 빠지는 ‘대변의 유혹’을 경계하면서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균형감이 돋보였다는 설명이다. 감정을 과잉 소비하지 않고 절제된 문장으로 응시하는 방식이 수필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 이주 여성의 삶은 종종 통계나 정책의 언어로만 호명된다. ‘까치밥’은 그 틈을 파고든다.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하루의 무게, 말로 다 옮기지 못하는 표정과 침묵, 그럼에도 삶이 이어지는 방식이 수필의 리듬 속에서 포착된다. 독자는 ‘주인공’이 아니라 ‘이웃’을 만나게 되고, 그 지점에서 작품의 설득력이 생긴다.

“생활문학의 힘”…부안읍자치센터 창작반 성과, 지역 문화정책 과제로

이번 수상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공공 문화교육이 지역 문학을 어떻게 길러내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부안읍자치센터 문예창작반은 주민들이 글을 쓰고 서로의 문장을 다듬는 배움의 장으로 기능해 왔다. 생활 속 경험을 기록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역의 언어는 더 단단해진다.

현장은 이미 답을 내고 있다. 문학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꾸준한 쓰기와 합평의 시간에서 자란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은 ‘행사’가 아니라 ‘지속’이다.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창작과 발표가 이어지도록 판을 키우고 뒷받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지역이 사람을 붙잡으려면, 결국 지역이 ‘말할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김혜영 씨는 현재 솔바람소리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학 활성화와 문학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번 수상이 부안읍자치센터 문예창작반의 다음 세대 작가들에게도 분명한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쓰인 문장이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좋은 글’은 어디서든 탄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남은 과제는 간단하다. 이런 성취가 일회성 뉴스로 소비되지 않도록, 지역이 창작자를 끝까지 지켜내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수필미학 작품상 수상작은 오는 5월 출간될 예정이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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