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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전북신문

[사설] 영수회담 1시간 전 취소, "노쇼 정치"가 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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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수회담 1시간 전 취소, "노쇼 정치"가 남긴 것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02/13 11:53 수정 2026.02.13 14:00
- 갈등이 클수록 지도자는 더 공개적으로 만나 설득하고 조율해야

장동혁국힘대표와 이재명대통령(사진_굿모닝전북신문)

 

[사설] 영수회담 1시간 전 취소, ‘노쇼 정치’가 남긴 것

영수회담은 단순한 오찬 약속이 아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들이 국민 앞에 협치의 의지와 책임 정치의 태도를 확인하는 준엄한 공적 약속이다. 그런 자리를 회동 불과 1시간 전에 취소했다면, 외교와 정치의 문법에서 보나 상식의 눈으로 보나 노쇼(no-show)에 다름없다. 상대를 무시한 처사이자, 무엇보다 국민을 가볍게 여긴 무례한 결정이다.

이번 무산을 바라보는 민심의 기류는 분명하다. 일부는 법안 처리에 대한 항의라는 명분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내놓지만, 더 큰 흐름은 “그래도 만났어야 했다”는 것이다. 설을 앞둔 민생의 무게, 경기 침체와 사회 갈등의 누적 속에서 국민이 기대한 것은 정쟁의 과시가 아니라 대화의 복원이었다. 약속을 잡아놓고 돌연 취소하는 방식은 정치에 대한 피로감만 키웠다.

더 문제적인 대목은 이 결정이 드러낸 리더십의 빈약함이다. 자신의 소리와 소신이 분명했다면, 논쟁적 법안 처리에 대한 이견이 있더라도 자리에 나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야 옳다. 주변의 기류에 끌려가듯 급작스레 불참을 통보한 모습은, 강인한 정치인의 결단이라기보다 정치적 철학과 중심의 부족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통령과 ‘조건 없이’, ‘사전 의제 없이’ 마주 앉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영수회담의 무게는 합의의 성과가 아니라 대화 자체가 책임이라는 데 있다. 합의가 안 되더라도, 불편한 의제를 꺼내고 공개적으로 논쟁하는 과정이 곧 정치의 책무다. 그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는 건, 정치적 현안을 대화로 풀어낼 의지를 국민 앞에서 증명하지 못했다는 고백에 가깝다.

국민 앞에 대화로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치명적이다. 갈등이 클수록 지도자는 더 공개적으로 만나 설득하고 조율해야 한다. 회피는 순간의 정략에는 편할지 몰라도, 신뢰의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더구나 영수회담의 기회는 언제든 다시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스스로 찬스를 걷어찬 선택은 결국 자기 발목을 잡는 정치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정치는 ‘불참’이 아니라 ‘대면’에서 증명된다. 합의하지 못해도 만나는 것, 부딪혀도 테이블에 앉는 것, 그것이 책임 정치다. 1시간 전 취소는 변명으로 포장될 수 없다. 노쇼는 노쇼다. 그리고 노쇼의 대가는 늘 정치적 신뢰의 하락으로 청구된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싸우더라도 만나서 싸우라. 그것이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품격이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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